[Original] 나에게 남은 시간 당신에게 남은 시간.


오랜만에 tv를 채널을 계속 돌리면서 보는데 그 날따라 본 드라마가 하나같이
연인 중 한사람이 병에 걸려 죽는 내용이라서 영향을 받아버렸습니다.

…라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해보았다.



Side A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특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눈을 감고 딱 10초만 생각하면 나오는 너무 쉬운 답이라서 눈물이 나왔다.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쩔래?"
"응?"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뿐이라면 뭘 하고 싶냐고."


검은색 안경 사이로 보이는 피곤해하는 눈동자가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기가 무섭게 생기가 돌았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생기가 넘치는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다보면 당신에게 키스해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눈을 보러 가고 싶어, 너와."


아득히 머나먼 곳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너무나 진지해서 울고 싶어졌다. 지나가듯이 하는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오늘따라 진지한거 같아 이상하다.


"눈이라 보고싶네. 온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갈까? 여행."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며 창밖을 보았다. 그냥 하는 말인건지 진심인지 알 수 없는 당신의 말을 듣고 있자니 쓴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말하고는 안 갈꺼잖아? 애초에 일하느라 갈 수 없으면서."
"그랬나? 그럼 당장 갈까?"
"응?"
"온천이 있고 눈이 있는 곳으로."


깜짝 놀라 쳐다보니 당신은 내 허리를 껴안으며 다정하게 속삭여주었다.


"진짜 가는거야?"
"그럼 거짓말하는거 같아? 얼른 옷입어."


얼른 옷입으라고 재촉하며 당신은 벗어두었던 겉옷을 다시 입고는 테이블에 놔두었던 자동차 키를 주머니에 넣고 현관문에서 나를 기다렸다. 적잖게 당황해하며 옷을 갈아입고는 현관문에 서 있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괜스래 서글퍼지는 기분과 기쁨이 교차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과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 아직 안 먹었지?"
"응. 넌?"
"나도 아직 안 먹었는데, 그냥 비행기에서 먹자."
"응? 비행기?"


어디로 갈 생각이냐고 내가 물어보았지만 당신은 그냥 웃으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한 그 미소를 수상하게 여겼지만 난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차에 탔다.


"혹시 특별히 가고 싶은 곳 있었어?"
"그건 아니야."
"그럼 왜 삐진듯이 그러고 있어?"
"너무 갑자기 이러니까 이상해서 그런다! 일은 괜찮은거야?"


괜찮다고 말하는 목소리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손길이 너무나도 달콤해 잠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계속 자신이 긴장하고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닫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벌써 도착했어?"
"응. 오늘 많이 피곤했었나봐?"
"좀…,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차에 내리니까 진짜로 공항이 보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진짜로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기대되기도 하지만 자신만 공중에 붕 떠버린 듯한 그런 감각에 뭐가 뭔지 모르게 되버렸다.


"갈까?"
"어디로 갈껀지 알려줘야 가지."
"일본"


마주잡은 두 손이 따뜻했다. 처음 만나서 같이 여행을 갔던 곳도 일본이라는걸 당신이 기억하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으로 가자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이상할 정도로 아려왔다. 가장 빠른 티켓을 사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가는 동안 계속 아려왔다.


"일본에서는 눈오네."
"차 빌려올테니까 잠깐 여기서 기다려."
"그럼 나 밖에서 눈보고 있을께."


담배 피면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할려고 했는데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이 나와버렸다. 차마 왠지 담배 피고 있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째선지…, 말하면 안된다는 기분이 들었다.


"도착할려면 오래 걸리니까 자고 있어."
"난 아까 자서 괜찮지만 넌?"
"비행기에서 조금 잤잖아."
"그럼 중간에 운전 교대하자. 그러니까 졸리면 깨워."


알겠다고 대답은 잘 했지만 결국 예상대로 당신은 날 깨우지 않았고 난 그것에 조금 화가 났다. 그렇지만 여기까지와서 화내는 것도 안 좋다는 생각에 결국 돌아갈때는 내가 운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대신 화를 풀기로 했다.


"엄청난 눈이네."
"그러게, 숙박할 곳 들어가기 전에 좀 걸을까?"
"응."


둘이서 조용히 쌓여있는 눈을 밟았다. 걸어가다가 뒤돌아서 본 두사람의 발자국만이 이 세상에 둘밖에 없는 듯한 느낌을 주어 슬프기도 하고 만족스럽기도 했다. 언젠가 흔적도 없이 이 발자국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없겠다는 아쉬움이 허공을 맴돌았다.


"온통 눈투성이라 이상해."
"뭐가?"
"세상에 우리 둘 밖에 없다는 느낌이지 않아?"
"나랑 똑같은 생각했네."
"멋진데? 우리 통한거야?"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는 당신이 바보같아서 어이 없는 웃음이 나왔다. 겨우 생각하는게 똑같다고 좋아하다니 어린애같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
"응, 얼른 따끈따끈한 탕에 들어가자."


내가 없는 시간에 당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며 손을 잡았다.
당신에게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을까?


"미안한데, 먼저 탕에 들어가 있어."
"음? 넌?"
"잠깐 전화 좀 하고 갈께."
"알았어."


혼자 방에 남겨지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억지로 안 아픈척하고 버티고 있었더니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왔다. 턱선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땀의 숫자를 세며 천천히 통증이 누그러지길 기다렸다. 배부터 시작해서 어디가 아픈지 모를 정도로 몰려오는 통증에 눈물이 나왔다.
아프다. 아프다. 하…, 아직은 싫어. 적어도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말할 수도 없고 쓰러질 수 없다.


"조금만 더 버텨줘."


어느정도 통증이 사라지자마자 자신의 몸에게 부탁했다.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애타게 부탁했다. 단 한번도 몸을 소중하게 쓰지 않았던 자신한테 내리는 벌이라는걸 알지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버티고 싶었다. 이 여행이 끝나고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갈때까지 버티고 싶다.
적어도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한없이 속삭여주고 나서….

by 도화 | 2009/11/01 03:58 |  ¶  Novelett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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